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2014/03/12 16: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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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계획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습니다.’

‘한 소녀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담담한 문체로 시작하는 소설 「우아한 거짓말」
소설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 김려령의 작품으로, 출판된 지 5년여가 된 이 책을 다시 잡은 것은 김희애와 더불어 연기파 청소년 배우 고아성, 김유정 등이 총출동하는 영화 개봉 소식 때문이다.
‘한 소녀의 자살’이란 사실을 시작으로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거짓말.
‘천지’와 가까웠던 친구 ‘화연’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다른 친구들 역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진실을 모르는 척 하고 거짓에 맞추어 새로운 거짓말을 해야 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아한 거짓말을 해야 했던 아이들.
‘자기를 위해주는 척’하는 우아한 거짓말에 상처를 입고 자살한 소녀.
자살한 소녀, 남겨진 가족, 그리고 아이들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심리적으로 잘 묘사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소녀의 자살에는, 아이들의 우아한 거짓말에는 그렇게 만든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요?

유독 머릿속을 맴도는 한 장면이 있다.
일명 노는 아이로 불리는 ‘수경’이 죽은 소녀 천지의 체육복을 두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뺏은 게 아니라 천지가 준 거’라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선생님의 눈빛에서 멸시와 무시를 발견한 수경의 마음 속 이야기이다.  

수경은 국어 선생님의 얼굴에서 비웃음 잔뜩 섞인 목소리로 ‘그래?’라고 되묻던 몇몇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만 것이다. 사실이 거짓이 되고, 차라리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게 대답해야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나가 봐’라고 했던 선생님들. 진실이 아니라 선생님 마음에 드는 말을 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 장면이 ‘너는 그런 적 없어?’, ‘아이들에게 진실보다는 네가 원하는 답을 강요한 적 없어?’라고 나를 다그치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를 괴롭혔던 친구 화연을 꼬집어 한 말이 아니었다.
‘나한테는 말해도 돼’, ‘힘들면 언제든 내게 말해’, ‘나는 너를 도울 수 있어’, ‘너밖에 없다, 사랑한다, 모두 너를 위해서야’... 라고 아이들이 보기엔 진심이 없는 우아한 거짓말을 어른들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처럼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잘 지내니?’ 그 한 마디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삶의 가는 선 위에서 휘청거리던 아이가 넓은 길 위로 발길을 옮길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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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자
 
-청소년 전문가
-청소년 지도사
-성남시청소년재단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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