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당에서 온 편지
2014/06/12 11: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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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실패한 이상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공자가 이상주의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패했는지는 모르겠다. 이상주의 사상, 즉, 유토피아 사상의 조건은 두 가지이다. 실현불가능성과 지속성이 그것이다. 유토피아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실현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세계가 언젠가는 실현되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이 지속성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유지되는 이상 유토피아 사상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유토피아 사상의 핵심은 실현불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 

글_인문놀이터 독서당 최찬규 대표

공자가 꿈꾸었던 ‘인(仁)’의 나라

그렇다면 공자는 실패한 이상주의자일까? 공자는 인(仁)의 나라를 꿈꾸었다. 하지만 동양 역사 어디에도 인의 나라가 완성되었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없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조선(朝鮮)이 바로 그 나라이다. 하지만 조선은 실패한 이상 국가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도 동북아의 4나라, 중국, 일본, 한국, 북한은 유가의 이데올로기를 통치 수단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는 헌법에 민주제와 공화제를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수사에 불과한 것 같다. 세습과 선양(禪讓), 현실 권력에 의한 정치의 독점이 현실이다. 여전히 공자의 인의 정치가 실현될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공자는 결코 실패한 이상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유령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상주의자 공자는 대체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알려진 것처럼 공자는 자기 철학에 대한 체계적인 저술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그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공자와 그 제자들이 주고받은 문답의 기록인 <논어>의 문장들을 통해 짐작해 볼 뿐이다. <논어> 공야장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핵심 제자 안회와 자로와 더불어 문답을 나누는 중에 자로가 공자에게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 장면이다. 이에 공자는 이런 답을 한다. 

“老者安之, 朋友信之, 小子懷之.”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 <논어>, 공야장편

풀이하면 이렇다. 
“노인은 편안하고, 장년(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는 연령대)은 서로 믿으며, 어린이들은 보살핌을 받는 것이다.”
좋은 문장이다. 상상해 보면, 충분히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공자가 원하는 세계는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 그렇다. 우선 한국의 노인들은 편안하지 못하다. 노인 인구 60%가 빈곤층이라는 조사도 있다. 기초연금 1~2만원을 더 받자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은 아닐 것이다. 늙음의 상징인 너그러움과 성숙한 인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인세대는 정치적 갈등의 중요한 축이 되어버렸고, 해소되지 않은 불만을 방화라는 사회적 폭력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어느덧 한국은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려운 나라가 되어버렸다. 
장년층의 삶도 팍팍하다. 실업의 공포와 주택문제, 자녀들의 교육비 문제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40대는 몸이 아파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생존을 위한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끝으로 우리 아이들은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있을까? 세월호 참사는 그렇지 못하다는 아픈 증거가 되었다. 얼마 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아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 걸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도 충분히 지쳐 있다.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교육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아이들이 물려받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을 교육받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탐욕을 채워주는 역할로서의 교육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공자가 꿈꾸는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이 나라는 아직도 공자를 그리워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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