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당에서 온 편지
2014/09/12 09: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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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수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를 듣고 자란 특정 세대들만의 바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앓는 회귀에의 향수병도 아닌 것 같습니다.

글_ 인문놀이터 독서당 최찬규 대표

떠남도 머무름도 모두 내 마음 속의 욕망

현대인을 뒤흔드는 전원생활에의 바람은 어째서일까요. 아마도 도시 속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의 결과가 ‘전원생활’이라는 꿈을 꾸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여 현대인의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환상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 ‘환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실제 전원에서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경험담 말이지요. 개중에는 전원에서의 혹독한 삶을 경험하고는 부리나케 다시 도시로의 ‘탈출’을 감행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원의 삶을 꿈꾸도록 만든 사람은 ‘도화원기(桃花源記)’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연명은 짧은 정치 생활에 회의를 느껴 결국 가족이 있는 고향, 전원으로 돌아갑니다. 그때 지은 글이 ‘돌아가리라.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로 시작하는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입니다. 도연명은 과연 전원생활에 만족했을까요? ‘귀거래사’를 보면 도연명은 도시에서의 삶을 ‘육신의 노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기 전에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전원으로 돌아가 차라리 천명을 즐길 뿐, 의심치 않겠다고 글을 맺습니다. 이것이 바로 ‘귀거래사’ 마지막 구절,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樂夫天命復奚疑).’라는 구절입니다. 그의 글에서는 전원의 삶을 택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뭔가가 걸립니다. 자기 선택에 확신이 있다면 굳이 ‘의심치 않겠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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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연명의 전원생활은 신선들의 삶처럼 유유자적한 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는 자주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고독감이 밀려왔지요. 도연명은 이러한 감정을 담아 ‘음주(飮酒)’라는 연작 시를 짓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도연명의 전원생활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고요한 집에서 홀로 고독을 맛보는 것, 그리고 고독을 인내하며 삶의 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옛날에도 세속적인 삶을 벗어난다는 것은 힘겨운 도전이었던 셈이지요. 사실, 도시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개인의 욕망을 포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은 삶의 ‘거리 두기’ 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욕망이 어찌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의심 없이 찾아오는 것이 욕망이지요. 욕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환상, 그것은 지친 현대인에게 또 다른 ‘욕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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