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에세이 : 우리들의 교육투자, 새는 수돗물?
2014/09/26 09: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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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질문맹률이 OECD 국가 중에서 바닥권에 있다. 세계 최고의 학구열, 높은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로서는 황당한 결과다. 우리들의 교육투자가 새는 수돗물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글_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 김지나 편집인

읽는 능력이 곧 이해하는 능력은 아니다

근래 페이스북에서 읽은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실질문맹률’에 관한 것이었다. 글의 출처를 따져보니 2005년 한 일간지 기사로 생각보다 오래전의 조사결과였다. ‘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다’라는 게 내용의 요지였다. 여기서 말하는 문서해독능력이란 영수증, 구직원서, 봉급명세서, 약 설명서 등 일상적인 문서 내용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비교한 것을 말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늘 첨단정보를 접해야 하는 선진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글씨 해독 능력을 보여주는 문맹률보다 ‘문서해독능력’이 바로 ‘실질문맹률’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OECD에서 지난 1994년~1998년 국제성인문해능력조사(IALS)를 실시했고, 우리나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2001년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해 자체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문적인 정보기술(IT) 등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닌(4단계) 사람은 2.4%에 불과해 노르웨이(29.4%) 덴마크(25.4%) 핀란드, 캐나다 (이상 25.1%) 미국(19%)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일상문서 해독력 한국인 최하위권’, 국민일보 기사 중

교육투자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야 

실질문맹률 말고 문맹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제로에 가깝다. 전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없었던 대단한 성과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대학진학률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캐나다나 독일, 덴마크 같은 선진국 말고 체코(19.6%), 슬로베니아(5.3%)와 비교해도 그들 국가보다도 낮은 2.4%다. 여기서 말하는 4,5단계 문서해독능력이란 당연히 업무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런데 문맹률 제로인 한국이, 고학력 비율이 높은 우리가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결과는 황당함을 넘어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글로벌 인재’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로망이요, 교육계의 최고 목표다.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자면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인재는 기업의 가치와 국가경쟁력을 이끌 초석인 셈이다. 당연히 부모들은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등 막대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출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아이들의 교육비 지출만큼은 최우선적으로 담보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보니 우리의 교육투자가 새는 수돗물이거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형국과 진배없다. 한마디로 교육투자의 방향에 대한 회의가 든다.  사실 오래전부터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가 영어 이전에 우리말 독해가 부족해서라고. 사회과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같은 과목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뭘까? 문자해독에 관한 것이니 손쉽게 독서교육으로 귀결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학원과 학교에서 행하는 독서교육을 보면 또 한번 회의가 든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미국 대학생들이 혹은 미국 고교생들의 필독서라고, 고전이라고 아이들에게 내놓은 도서목록을 떠올려보자.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희극들, 헤세의 명저들, <데미안> 등. 과연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못 읽는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교과서 없이 만일 중세를 공부한다면 중세와 관련된 역사책, 소설책 등을 폭넓게 읽어나가며 학습한다. 이 아이들의 독서수준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 시스템을 당장에 도입할 수 없다면 독서교육의 방법론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고교생이라고 해서 비문학, 문학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어른들이 버려야 한다. 좋은 일본 만화도, 웹툰도, 그림책도, SNS에 회자되는 글도 모두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독서란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작용이다. 그 상호작용이 현재 우리 아이들의 수준과 걸맞아야만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값진 양분을, 깨달음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산적한 문제는 보이는데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는 여전히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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