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왜 페미니즘인가?
2015/07/10 15:4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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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왜 페미니즘인가?
 
악의 평범성
최근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페미니스트 공격, 여성 혐오․여성 비하 발언들의 현상을 보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사유’와 ‘악의 평범성’이 떠오른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에 있다. “누구나 다 이러는데” “나 하나만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명령받은 대로 하기만 하면 돼” 등의 핑계로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순간, 평범하고 선량한 우리는 언제든 악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의, 사유하는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상황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페미니즘은 악인가? 선인가?
현재 한국 정치의 퇴보가 뭐든, 우리가 악을 행하는 계기가 되어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행동만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IS에 가입한 10대 말에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더 위험하다”라는 칼럼리스트는 적어도 자유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등의 도서를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하는 소린인지 궁금하다.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이며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여자가 제일 싫다”는 막말을 한 개그맨은 한번이라도 자기 어머니의 삶을 동등한 인격을 지닌 인간의 삶으로 바라보고 하는 말이었는지 묻고 싶다. “이때다 싶어”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 편견을 정의인양, 진실인양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사회적 악인가? 선인가?, 아니면 성차별주의를 반대하며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의 한 성별은 소유 개념과 지배-복종의 패러다임에 연결되어 자율성이 제한받고 억압당하는 구조에 대해 옳지 않다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이 사회적 악인가? 선인가?
상반기 액션 영화 흥행작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이 세상은 누가 망쳤는가?”라는 대사가 나온다. 누가 세상을 힘들게 하였는가? 페미니즘이 지금의 세상을 망치고 힘들게 하였는가?
 
한국인구 50,617천명 여성 25,315천명, 남성 25,303천명 (2011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
세계성평등순위 142개국 중 117위 (세계경제포럼(WEF) 2014년 글로벌 성 격차(Gender Gap) 보고서)
정부 17개 부처 장관 중 여성가족부 장관 1명,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58명 중 여성 3명,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 (2015.3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100점 만점에 25.6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28위.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종합한 수치 (2015.3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9대 여성 국회의원 47명(지역구 19명, 비례대표 28명) 전체 국회의원 수 300명의 15.7% (2014 국회입법조사처, 「공직선거법」 제47조 3항 및 4항 국회의원후보자여성할당제의 입법영향분석」)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44곳의 상임 및 비상임 임원 378명 중 여성 임원 15명 4.0% (2014년 산업부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 제출 자료)
한국 성별 임금 격차 40.1%, 국가별 성별 임금 격차 37.4%, 2000년 이후 13년간 부동의 1위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시간제 여성 노동자 비율 2005년 73만6000명, 2014년 144만5000명, 10년 새 2배 증가. 시간제 여성 노동자 89% 비정규직, 53.2% 일용직, 31.8%임시직, 상용직은 3.6% (2005~2014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심상정 정의당 의원 분석 결과)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 한해 35만건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평균 6,800명 데이트 폭력 가해자 검거 (2011~2013년 경찰청 집계)
성매매 여성 종사자 14만 2천여명 (2010전국 성매매 실태조사 서울대연구소)
성폭력 피해자 여성 비율 95.4% (2013 전국 성폭력실태조사 여성가족부)
성희롱 피해자 여성 비율 97.8% (2010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남편의 아내 폭력 비율 57.1%, 2가구당 1가구, 여성 3명 중 1명 (2010 전국 성폭력실태조사 여성가족부, UN보고서)
 
누군가는 ‘현재 대통령이 여자이지 않은가’ 반문할 것이다. 묻는다! 여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는가? 진정 온전한 여성이라는 존재로서의 가치와 능력이 평가받고 인정되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는가? 누구의 딸로 불리고 규정되며 대통령의 가치를 평가받지 않았던가? 본질을 빼고 페미니즘을 이해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페미니즘 의미 ‘he for she, she for he’
페미니즘은 ‘반남성주의’가 아니라 ‘반성차별주의’다. 제도화된 성차별주의인 가부장제는 보다 힘센 개인이 다양한 형태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힘이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도록 만든다. 또한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의 한 성별은 소유 개념과 지배-복종의 패러다임에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전제에 기반하여 구성되는 인간관계 개념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페미니즘은 대중매체에서 흔히 그려지는 것처럼, 남자들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하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자처럼 되고 싶어하는 여자들, 다시 말해 남자들이 가진,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상층 계급의 남자들이 가진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싶어하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자라고 해서 모두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물론 남자라고 해서 모두 가부장제의 옹호자도 아니다. 진정한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는 항상 ‘자신의 내면화된 성차별주의, 가부장적 사고와 행동방식에 대해 성찰’하는 자이다. 자신의 권위나 권력을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하려는 내밀한 욕구를 성찰하고 이겨내려는 자이다.
페미니즘은 지배와 강압의 관계가 아닌 대안적 관계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안한다. 성에 근거한 차별이 없는 사회, 서로 돕고 배려하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 이런 사회를 꿈꾼다. 행복한 일터, 행복한 결혼생활, 행복한 부모-자녀 관계, 행복한 몸과 마음... 지배-복종의 관계를 넘어서 페미니즘적인 평등한 파트너십이 우리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삶의 지표이며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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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성남여성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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