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기도 좋아라, 국정교과서
2015/11/16 12: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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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상
나눔교육연구소 대표
성남창의교육시민포럼 교육국장
세월호성남시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국정화교과서저지 성남시민네트워크 회원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
“아니다 아니다!” 하고 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하고 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도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 읽기여
우리 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김명수 「하급반교과서」


이 시는 교과서에 실려있는 김명수 시인의 「하급반교과서」 전문이다. 70년대 유신시절에 똑같이 하급반에서 따라 읽는 아이들을 노래하고 있다. 한 아이가 “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 모든 아이들도 “아니다 아니다!”라고 따라 읽고, “그렇다 그렇다!”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하고 따라 읽는다. 그 모습을 본 시인은 “외우기로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라고 하여 풍자하고 있으며,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 목소리도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엔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읽기여 / 우리 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라고 하여 하급반 아이들에서 어른들까지 하나의 획일화된 사상을 강요받고 있는 유신시대의 사상통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진짜 “청아한 목소리 외우기도 좋아라"가 아니고 “쓸쓸한 우리들의 목소리”인 것이다. 반어적인 표현이다.

지금 국정화교과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 달째 ‘국정화교과서저지 성남시민네트워크’는 야탑역과 시내 여러 곳에서 국정화교과서 반대 홍보와 서명을 받고 있다. 나는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오늘날 국정화교과서로 회귀하려는 역사교과서를 생각하고 있다. 70년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헌법 위에 <긴급조치>를 발효하여 일체의 개헌에 대한 논의를 중단시켰으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잡아갔었다. 이 직전에는 여자의 치마길이를 자로 재고, 머리 길이를 자로 재어 단속하였고, 야간 통행금지까지 있었다. 그리고 극장에 가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했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의 전반부)

애국도 강요받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는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기 위하여 한글 사용을 중단시키고, 내선일체 식민사상을 강요하였다. 독일도 나치정권은 국정교과서로 게르만민족 우월사상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의 절대 권력은 45년 모두 종식되었다. 현재 200여 국가 중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베트남, 이라크 등 몇 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도 베트남에 대하여 국정교과서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여론도 시간이 갈수록 앞서, 찬성보다 17%나 앞지르고 있다(찬성 36%, 반대 53%, 한국갤럽 11월 첫째주 여론조사[유권자 1004명 대상, 응답률 19%,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역사학자의 90%가 반대하고 있고, 역사학회의 대부분인 40여 개 단체가 국정화 반대의견을 발표하였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90%가 반대하고 있다. 중구삭금(衆口鑠金, 뭇사람들의 입은 쇠도 녹인다)이란 말이 있다.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반대는 거의 100%이다. 필자는 직업상 10여 년째 매일 고등학교에 가서 논술 수업을 한다. 학생들 대부분은 국정화에 반대한다. 학생들은 검인정교과서로 배우고 있거나, 배웠는데 주체사상을 추종하거나, 민족의 역사에 대한 자괴감이 들거나, 유관순 열사를 모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정책은 철회되어야만 한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정상화의 비정상화>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지, 특정 정권이 입맛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법은 교육의 목적을 민주시민 양성에 둔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의 존중이 전제되어있다. 성, 인종, 종교, 빈부의 차이에 의한 차별이 없어야 하고, 언론과 출판, 결사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상과 표현, 해석의 자유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역사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서술과 해석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비공개로 한다고 한다. 국방부가 역사교과서에 참여하겠다고도 한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마지막 날에 20만 명의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의 서명을 차떼기로 밤 10시에 받아 밤새 분류했는데 엉터리였다는 보도도 있다. 다시 하급반교과서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투명성과 책임감도 없다. 집필진은 국가로 가장된 특정정권의 뒤에 숨어 밀실집필을 하고, 학교 교사와 학생에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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