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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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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리는 왜 탄동이 되지 못했을까? ②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광주군 중부면 성남출장소로 시작한 보잘 것 없던 지역이 현재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개발로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 성남시로 일컬어지는 지역의 향토사적 가치와 정확한 해석이 뒷받침됐다고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소설가 정인택 씨와 함께 성남을 역사적, 지명적으로 재조명해봄으로써 성남의 과거와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1973년 성남출장소가 시로 승격됨에 따라 새롭게 동을 만들면서 붙인 이름이다. 당시 시정자문회의에서 ‘근심 걱정이 없는 태평한 지역을 만들자’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위 글은 <디지털성남문화대전>에서 인용한 태평동(太平동)의 지명유래입니다. 또 신흥동(新興洞)의 지명유래에는 ‘새롭게 부흥하자’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둘 다 좋은 취지를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구로 탄리가 탄동이 되지 못한 사유를 설명해 줄 수는 없습니다. 새로 지은 이름에 담긴 소망이 아무리 간절한 것일지라도 성남에서 탄천이 지닌 상징성을 대신할 도리는 없기 때문. 필경 다른 사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필자가 짐작하는 첫 번째 사유는 원주민의 부재입니다. 
1968년 서울시에서 광주대단지 예정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탄리는 지역 전체가 포함됐습니다. 이후 탄리는 집도, 나무도 풀 한 포기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모두를 불도저가 밀어 버렸던 것. 원주민이 떠난 자리를 서울시에서 몰려온 이주민들이 채웠습니다. 
두 번째 사유는 광주대단지 소요 사태의 후유증입니다.
정확한 날짜는 1971년 8월 10일. 이때 이주민의 절반 정도가 탄리에 몰려 살았습니다. 또 당시 불에 그을린 성남출장소 청사가 탄리에 있었습니다. 이후 출장소 청사는 위치를 고수한 채 시 청사로 승격했던 바, 필자는 태평동 지명을 두고 이런 추측을 합니다.
‘그때 성남시 공무원들과 관에 순응했던 시정자문위원들이 무사 태평하기를 기원했던 대상은 시 청사였을 것이다.’
구전민요 중에 <석탄가>가 있습니다. <석탄가> 노랫말에 담긴 것은 민중의 울분.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만 펄펄 나고요 이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 …….
초대 성남시장으로 내정된 이는 좌불안석이었을 것입니다. 서울 바로 밑에 화약고나 다름없는 도시가 생겼으니 만나는 상관마다 주지시켰지 않겠습니까. 조용! 조용! 조용!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남시의 지명유래가 ‘남한산성 남쪽’이 되었고, 모란동이어야 할 곳이 성남동이 되었으며, 탄리는 탄동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제대로 고증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며, 불길하다 싶은 지명은 이런저런 명분을 대고 바꾸고 말았던 것입니다.
필자는 이것이 성남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 생생한 역사를 수집하여 <디지털성남문화대전>에 수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로 연재는 그칩니다.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기 위함인데, 그 일이 끝나면 ‘성남 인물전’으로 틀을 새롭게 짤까 합니다.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아쉬운 마음을 필자가 탄천을 소재로 지은 시 한 편으로 달래고자 합니다.       
 
                           

  숯~내  숯내~
 
  걷다가 속으로 
  숯~내
  ㅊ받침을 길게 늘여가며 속으로
  수웇~내
  라고 부르면
  숯은 참숯
  갈참나무이거나 졸참나무
  향내가
  그 알싸한 내음이 스미는 듯
  스며드는 듯싶어라 살갗 촘촘히
   
  걷다가 속으로 
  숯내~
  ㅊ받침이 ㄴ이 되도록 속으로
  순내~
  라고 부르면
  순이가 “녜!” 하는 소리
  막내딸 순이가 양 손바닥을 펼쳐 흔들며 “녜!” 하는 소리
  다섯 살배기이거나 이제 갓 여섯 먹어
  거기서 더는 크지 않는 순이
  순이가 방실방실 웃으며 “녜!”
  냅다 뛰어와 안기며 순이가 “녜!” 하는 소리
  들리는 듯싶어라
  탄천은 도시가 비탄에 젖어 흘리는 눈물
  하지만 속으로 숯~내
  숯내~
  라고 부르는 찰나 마음에 하늘빛은 화안하게 개어
  그렇게 한세상 쉬엄쉬엄 천천히 걷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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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택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남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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