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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8.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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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악기 이야기❹
여인의 향기를 품은 ‘가얏고’
 
줄을 타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를 순우리말로 ‘고’라고 한다. 한자로는 ‘금(琴)’. 따라서 가얏고는 가야금의 순우리말이다. 가야금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국의 전통악기를 대중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아쟁과 해금을, 거문고와 가야금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연주법과 음색도 무심히 볼 땐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이라는 악기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한 친숙하게 느껴지는 악기임에 분명하다. 드라마에도, CF음악 등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듣고 볼 수 있는 한국의 악기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춤추는 가얏고’를 기억 하는가? 탤런트 오연수를 스타로 만들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연주기생이었던 어머니에게서 가야금을 이어 받으면서 펼쳐지는 갈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야금의 명인으로 나왔던 고두심이 춤을 추고 오연수가 가야금을 연주했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가야금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알리기도 했던 작품이었는데, 필자가 어린 시절 가야금을 배우고 있을 때여서 ‘춤추는 가얏고’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당시 필자는 어린 마음에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괜히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가야금은 한국의 전통 선율 악기 중에서 가장 민속악적인 풍류악기이다. 가야금은 거문고에 비해서 음역이 높으며 맑고 청아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한 번 소리가 울리고 끝이 아니라 때로는 흐르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고 꺾이기도 한다. 현을 손가락으로 뜯거나 퉁겨서 소리를 낸다. 가야금을 배우는 한 제자는 왼손주법을 배우면서 “오른손은 소리를, 왼손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른손과 왼손의 쓰임을 구별한 말이었다. 적절한 표현이었기에 칭찬을 해주었었다. 
가야금은 이러한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형태가 비슷한 거문고와 비교되어지기도 한다. 거문고가 웅혼하고 깊은 남성적 소리를 낸다면, 가야금은 가녀리면서 기교 많은 여성스런 소리를 낸다. 거문고에 선비방의 문자향이 스며있다면, 가야금에는 풍류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가야금은 풍류방에서 사랑받았다. 어미가 기생이었으나 절개 높았던 춘향이도 가야금을 타며 님과 사랑을 속삭였다. 이러한 가야금의 성격과 스토리텔링의 영향이겠지만, 가야금은 여성적 향기를 품는다. 연주와 소리가 절제된 듯하지만 기교와 낭랑함이 교태스러우면서도, 음색과 단아한 연주의 모습이 한껏 사랑스럽다.
남성적 성격의 거문고와 비교되며 음양의 느낌을 가진다. 무대에서 연주되는 거문고와 가야금 병주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가를 부르듯 사랑하는 남녀 한 쌍이 춤을 추는 듯하다. 섬세하고 예민하고 까칠하기까지 한 가야금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에게 아낌을 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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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지켜온 소리에 오늘을 담다!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연주되는 가야금은 6세기경 가야국의 가실왕이 처음 만들었을 당시부터 천년의 시간을 온전하게 지켜오고 있는 악기다. 80년대 들어서 18현, 25현 등 약간 변화된 개량악기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 본형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딱히 말하면 20세기 초중반까지는 악기개량이 필요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연주는 독주곡이나 무용반주, 5음을 기반으로 한 전통음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연주에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60년대 이후 창작곡들이 만들어지고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의 창작곡들이 만들어졌으며, 전통합주만을 위한 관현악 구성이 아닌 서양 오케스트라 구성의 국악관현악단이 생겨났다. 5음이 아닌 7음을 사용하는 서양음계의 사용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동안 전통악기의 한계성과 단점들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필요에 의해 새로움이 창조되고 발전하지 않는가? 가야금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되어지고 고쳐지고 개량되어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아니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창작음악과 대중적인 한국음악을 창작하려는 지금 한국음악계의 분위기라면 현재의 악기개량은 오히려 부족하다 싶은 정도로 미비하다. 하지만, 발전과 대중화에 앞서 우리가 지키고 담아내야 하는 한국의 소리가 있다. 12현 가야금보다 25현 개량가야금이 더욱 많이 연주에 사용되고 있지만, 12현 전통가야금(개량가야금이 사용되면서 12줄 가야금은 전통가야금으로 분류되었다)이 사라지거나 소외되지 않고 전통음악의 선율을 담아내는 안방마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유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오늘이다. 한국음악도 다양한 장르로 구분되어지고 현대화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천년이 지난 21C에도 우리의 소리를 조용히 뿜어내며 고즈넉이 그 자릴 지키는 한국의 악기들이 있다. 그 중심에 작고 가녀리지만 강한, 한국여인네를 닮은 가야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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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미
성남시립국악단 단원
토리 국악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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